장편 영화 시나리오의 가장 흔한 구성은 '발단-전개-위기-절정-결말'이다.
그렇다면 각각의 파트별로 어떤 요소들이 있는지 한번 이야기해보자.
- 발단: 캐릭터와 배경 설명. 등장인물들에게 어떠한 '목표'가 생긴다.
- 전개: 해당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과정에서 여러 작은 사건들을 겪고, 방해공작들을 만나기도 하지만, 조력자 등의 도움으로 나아간다.
이 과정에서 '복선'을 깐다. 이 복선은 위기에서 절정으로 치고 나아갈 수 있도록 하는 동력이 된다. - 위기: 여태까지 등장인물들을 이끌고 나가던 '목표'가 죽는다. 목표가 달성되며, 목표를 향해 달려가던 동력이 사라지거나, 목표했던 것보다 더 큰 희생을 치르기도 한다. 주인공을 돕던 조력자가 죽기도 한다. 혹은, 목표 자체가 그야말로 죽어버리기도 한다. 혹은 그 '목표'가 지닌 중요성이나 가치가 상실된다.
- 절정: 영화에서 가장 하이라이트가 되는 장면이다. 죽음의 골짜기를 지나던 등장인물들은 복선을 통해 다시 상승한다. 목표는 상실되었지만, 새로운 목표가 부여되고, 그들은 이를 향해 달음박칠친다. 패배의 기류는 다시 승리의 기류로 변하게 된다. 갈등이 가장 고조화되는 순간이다. 히어로물의 경우, 악당과의 '최후의 결투'가 벌어지는 시점이다.
- 결말: 갈등이 해소되고, 주인공들은 새로운 일상으로 돌아간다. 여기서, 초반에 주인공들에게 제시되었던 '목표'가 달성되었는가의 여부는 중요하지 않다. 대신, 주인공들은 원래 추구했던 '목표'보다는 더 중요한 어떤 '무언가'를 얻게된다.
성경 속 예수 그리스도의 이야기를 해당 플롯 구조에 대입해보자.
- 발단: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
- 전개: 예수 그리스도의 공생애 사역과 기적
- 위기: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죽음
- 절정: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
- 결말: 예수 그리스도의 승천
어딘가 마음에 걸리는 이야기
십자가를 목격한 목격자들
이야기 플롯 구조에서 가장 중요한 순간은 바로 '위기 -- 절정' 부분이다. 모든 발단과 전개는 '절정'으로 가기 위한 포석 단계이다. 따라서 성경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십자가와 부활이다. 만약 이 십자가에서 부활까지 이어지는 이 사건이 없었으면, 기독교는 탄생할 수 없었다. 하지만, 성경은 가장 중요한 이 부분을 '공백'으로 남겨두었다. 예수께서 붙잡히던 순간, 그를 따르던 모든 제자들은 다 도망친다. 어찌나 다급히 도망쳤던지, 몸을 가리던 홑이불도 버리고 알몸으로 도망쳤다.
제자들은 모두 예수를 버리고 달아났습니다.
그런데 한 청년이 맨몸에 베 홑이불을 두르고 예수를 따라가고 있었습니다.
사람들이 그를 붙잡자 그는 홑이불을 버리고 벌거벗은 채 달아나 버렸습니다.
(마가복음 15장 49-52절)
베드로를 포함한 모든 제자들은 예수를 버리고 달아났다. 어찌나 다급하게 도망쳤는지, 진짜 그들은 '빤스런'을 했다.
그런데 문제가 있다. 모든 제자들이 도망쳤다고 하는데, 여기에는 사복음서를 쓴 마태, 마가, 누가, 요한도 포함되었을 것이다. 그런데 성경은 그 이후의 이야기도 적고 있다. 그들이 십자가 죽음의 순간, 골고다 언덕에서 두 눈으로 목격했다는 증거는 없다. 그런데 어떻게 성경은 그 순간을 묘사하고 있을까. 아마, 그 현장에 있던 몇몇의 증인들의(막달라 마리아 등) 증언들을 모아서 추후에 책을 쓴 것일 것이다.
십자가의 순간은 성경에서 가장 중요한 순간이다! 그런데 그 순간을 직접 두 눈으로 목격한 사복음서의 저자는 아무도 없다는 것이 굉장히 이상하다. 사복음서의 저자들은 그 현장을 목격한 이들의 증언을 토대로 적어야만 했을 것이다. 그들이 실제로 보지 못했기에.
그렇다면 그 순간을 목격한 사건의 목격자들은 누구일까?
여인들도 멀리서 이 광경을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그 가운데는 막달라 마리아, 작은 야고보와 요세의 어머니 마리아, 살로메도 있었습니다.
이 여인들은 갈릴리에서 예수를 따르며 섬기던 사람들이었습니다.
그 외에도 예수를 따라 예루살렘에 온 다른 여인들도 많았습니다.
(마가복음 16장 40-41절)
십자가의 순간을 목도한 자들은 여인들이었다. 예수의 12제자들은 다 남자였고, 베드로는 당신을 절대 배반하지 않겠다며 큰소리를 치고, 그를 잡아가는 병사의 귀를 자르기까지 했다. 그런데, 그들은 정작 십자가의 순간, 다 빤스런했다.
그런 그들에게 십자가의 순간,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전해줬을 증인들은 여성들이었다.
예수의 십자가 곁에는 예수의 어머니와 이모와 글로바의 아내 마리아와 막달라 마리아가 서 있었습니다.
예수께서는 자기의 어머니와 그 곁에 사랑하는 제자가 서 있는 것을 보시고 어머니에게 말씀하셨습니다.
"어머니 보십시오. 당신의 아들입니다."
(요한복음 19장 25-26절)
요한복음에는, 십자가 곁에 있던 자들은 다 여인들이라고 적어놓았다. 사복음서의 저자들은 이 순간 이 자리에 없었으므로, 이 구절들은 그 순간에 거기에 있던 여인들의 증언을 통해서 적혀졌을 것이다. 성경의 배경이 2000년 전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그 당시 여성들은 차별받던 존재들이었다. 남성들에 비해 사회적 약자였다. 그런데 성경은 십자가의 순간을 증언하는 목격자들을 여성으로 기록한다.
이런 순간은 '부활 사건'도 마찬가지다.
부활을 목격한 목격자들
예수가 죽은 후, 그의 무덤을 찾아간 이들은 여인들이었다.
1. 안식일이 지난 뒤 막달라 마리아와 야고보의 어머니 마리아와 살로메는 예수의 시신에 바르려고 향품을 사 두었습니다.
2. 그 주가 시작되는 첫날 이른 아침, 해가 막 돋을 때 여인들은 무덤으로 가고 있었습니다.
3. 그들이 서로 말했습니다. “무덤 입구에 있는 돌덩이를 누가 굴려 줄까?”
4. 그런데 여인들이 눈을 들어 보니 돌덩이가 이미 옮겨져 있었습니다.
5. 여인들이 무덤에 들어가 보니 흰옷 입은 한 청년이 오른쪽에 앉아 있었습니다. 그들은 깜짝 놀랐습니다.
(마가복음 16장 1-5절)
십자가의 사건은 그렇다고 치자. 하지만, 부활 마저도 성경은 여성들이 최초 목격자라고 기록한다. 목격자의 권위와 증언의 신뢰도는 비례한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성경은 가장 중요한 위기와 절정의 순간인 십자가와 부활의 순간, 여인들을 목격자로 내세운다. 이것은 사실 이해할 수가 없다. 자칫하면 성경의 권위가 떨어질 수도 있는 중요한 문제이다.
하지만, 이것은 하나님께서 역설적이기도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방식이다. 그분은 사회적 통념을 깨고, 항상 가장 연약한 자들, 낮은 자들을 중요하게 쓰시기 때문이다. 그분은 항상 가난한 자, 슬퍼하는 자, 온유한 자, 의에 주리고 목마른 자들을 찾아가시고, 그들을 복되다 하셨다. 그리고 자신의 사역에서 가장 중요한 순간을 그들에게 먼저 보여주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