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의 한국 교회에서는 금연을 권면한다. 그러나 사실 성경 그 어디에도 '흡연'이 '죄'라는 구절은 찾아볼 수 없었다.
그럴 수 밖에 없다. 담배는 중앙아메리카에서 재배되던 식물이었다. 서기 1세기경의 이스라엘 땅에는 당연히 '담배'는 없었다. 따라서 성경에는 담배를 언급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왜 담배를 피우지 말라고 교회에서는 말하는 것일까?
우리나라 담배 금지의 역사
우리나라에 담배가 들어온 것은 임진왜란 직후인 16세기말이라고 추측된다. 17세기에 쓰여진 [하멜 표류기]에는 조선시대에 담배가 남녀노소 모두에게 얼마나 많이 성행했는지를 말해주고 있다.
“현재 그들 사이에는 담배가 매우 성행하여 어린 아이들이 네다섯 살 때 이미 이를 배우기 시작하여
남녀 간에 담배를 피우지 않는 사람이 매우 드물다.” -하멜 표류기-
하지만 담배가 성행하면서, 사회적 문제도 발생했다. 그중 가장 큰 문제가 곡식 소출이 줄어든다는 문제였다. 담배 재배는 돈이 되었다. 인조 때에는 담배 한 근의 가격이 은 한냥과 같았고, 숙종 때에 [승정원일기]에는 사대부 중에서 연초를 피는 경우, 한 사람이 두 사람 몫을 먹는 것과 같은 비용이 든다고 하였다. 이러한 비싼 담배 가격은 오늘날 경상도 민요인 '담바귀타령'에서 찾아볼 수 있다.
귀야 귀야 담바귀야 동래나 울산의 담바귀야
은을 주려 나왔느냐 금이나 주려고 나왔느냐
은도 없고 금도 없고 담바귀 씨를 가지고 왔네
저기 저기 저 산 밑에 담바귀 씨를 솔솔 뿌려…….
경상도 민요 [담바귀타령 중]
하지만 비싼 가격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담배를 찾았다. 영조 때엔 관청에서 백성들에게 나누어준 쌀을 담배와 바꾸어 피는 사람이 있을 정도라고 말할 정도였다. 따라서 농민들은 수요도 많고 돈이 되는 담배를 재배하느라 벼농사는 상대적으로 등한시하게 되었다. 이는 벼농사 중심의 조선이라는 나라에는 크나큰 타격이었다. 1732년 이귀휴가 영조에게 올린 상소에 이러한 생각이 잘 드러나있다.
백성이 담배를 심는 것으로 직업을 삼고, 곡식을 재배하는 많은 땅이 백해무익한 담배를 심어서 끝내는 태워 없어지니 매우 무의미한 일입니다. 봄에 담배를 심을 때, 지방의 수령으로 하여금 금지하도록 한다면 백성이 어찌 감히 담배를 심겠습니까? 법을 세워 금지함이 좋을 것 같습니다.
이를 보면, 조선시대 관리들 또한 담배에 부정적이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그들이 담배를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보다 근본적인 이유는 곡식을 재배해야하는 비옥한 땅에 담배를 재배하느라 곡식 수확량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는 이어지는 영조의 대답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예전에도 이것을 말하는 사람이 많았다. 그러나 영원히 금지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비옥한 토지에 담배를 심는다면 곡식을 생산해낼 수 없으니 이것도 권장할 일이 아니다.
삼남지방의 관찰사에게 분부하여 비옥한 땅에는 (담배를) 심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 낫겠다.
영조는 담배를 완전히 금지하는데에는 반대했다. 하지만, 그도 '비옥한 땅'에 담배를 재배하는 것은 반대했다. 왜냐하면, 비옥한 땅에는 벼농사를 지어야한다. 왜냐하면 조선은 벼농사가 근본이 되는 국가이기 때문이다.
그들이 담배를 금지한 이유
농자천하지대본(農者天下之大本)
농사는 천하의 근본이며, 나라를 유지하는 힘이다.
조선이란 국가는 농사로 돌아갔다. 사극에서 흔히 말하는, '종묘사직'에서 '사직'은 철저히 '농사'와 연관되어있다.
조선의 왕은 매년마다 토지의 신인 사(社)와 곡식의 신인 직(稷)에게 국가의 안녕과 농사의 풍요를 기원하는 '사직제'를 올렸다. 사직제는 조선에서 가장 격이 높고 중요한 제사였다. 국가는 백성, 즉, '사람'을 근본으로 하는데, 사람은 토지가 없으면 살 곳이 없고, 곡식이 없으면 먹을 수 없다. 따라서 조선시대, 토지와 곡식은 국가를 지탱해주는 가장 기본적인 요소였다.
따라서, 담배는 금지되어야했다. 왜냐하면, 농민들이 농사를 안 짓고, 담배를 재배하기 때문이다. 농사를 안 지으면, 농사에 근간을 두는 '조선'이라는 나라는 위태로워진다. 따라서 담배는 금지되어야한다. 이를 조금더 알기 쉽게 순차적으로 적어보자.
- '조선'이란 나라는 '농사'에 근간을 두고 있다.
- 만약 농사에 무슨 문제가 생긴다면 '조선'이란 나라는 위태로워진다.
- 따라서, 조정에선 농사에 문제를 일으키는 행위를 금지해야한다.
- 왜냐하면 '조선'을 유지하기 위해서이다.
이 전제에 기반해서 한번 생각해보자.
- 담배는 농민들에게 곡식농사보다 더 돈이 되었다.
- 농민들은 곡식 농사를 짓는 비옥한 땅에까지 담배를 재배하기 시작했다.
- 따라서 제대로 된 세수가 걷히지 못하기 시작한다.
- 조정의 입장에서 이는 위협적인 행위이다.
- 왜냐하면 이는 '농사'에 문제를 일으키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 이것은 '조선'이라는 나라를 위태롭게 만든다.
이 단계들을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이 생각할 수 있다.
조정에서는 담배를 금지한다.
왜냐하면 이는 '조선'이란 나라를 위태롭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들의 입장에서 본다면 이는 충분히 합리적인 걱정이다. 그 어떠한 희생을 치르고서라도 조선이라는 국가 시스템이 붕괴되는 것만큼은 막아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기에는 한가지 한계가 있다.
'조선'이라는 나라를 위해서 그들에게 담배를 금지했다.
만약 '조선'이라는 나라를 유지하는데 담배가 도움이 되었다면 그들은 담배를 금지할 이유가 없었다. 이 과정에서 개인의 운명은 그닥 중요하지 않았다. 이것은 유교라는 정치 체계가 집단주의를 추구했기 때문에 가지는 한계이기도 하다.
선교사들이 담배를 금지한 이유
이와 반대로 선교사들이 담배를 금지한 이유는 더 간단했다.
우리 몸이 하나님의 거룩한 성전이기 때문이다.
그들이 담배를 금지한 이유는 '조선'이라는 나라를 유지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선교사들은 그들을 사랑했다. 조선 땅의 백성 자체를 사랑했다. 조선 조정의 입장에서, 담배를 피우면 세수가 덜 걷히게 되니 담배를 금지시킬 충분한 이유가 있었다. 하지만 선교사들은 담배를 금지시킬 이유가 없었다. 담배를 금지한다고 그들에게서 헌금이 더 걷히는게 아니었다. 그들은 하나님을 사랑했고, 이방인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조선 땅의 백성들을 사랑했다. 따라서 그들은 조선 사람들이 하나님께 돌아오기를 진심으로 원했다. 왜냐하면 그들은 하나님을 사랑하고 이웃을 사랑했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그 어떠한 부차적인 이유도 들어오지 않는다. '국가 시스템'의 유지 등과 같은 이유는 하나님과 이웃에 대한 사랑에 비교해서는 너무나도 작은 이유이다. 나라의 세수 문제는 이에 비하면 너무나도 작다.
선교사들이 담배를 금지한 이유는 이것이다.
- 선교사들은 하나님을 사랑했다.
- 선교사들은 조선의 백성들을 사랑했다.
- 왜냐하면 하나님께서 조선의 백성들을 사랑했고, 그들은 하나님을 사랑했기 때문이다.
- 따라서 선교사들은 조선의 백성들이 하나님께 돌아오기를 바랐다.
- 따라서 그들은 금연을 권면했다.
여기에는 그 어떠한 국가 시스템의 발전이라는 명분도 없다. 오직, '사랑'만이 있을 뿐이다.
이와 같이 사랑이 선행되면, 발전은 자연스레 따라온다. 한국인 신자들은 금주금연으로 축적된 경제적 이익을 바탕으로 부강한 나라를 만들자는 생각을 계속 발전시켜 나갔다. 1905년 을사늑약 이후, 국채보상운동의 일환으로 대대적인 금연운동을 벌였다. 신앙에서 비롯된 금연이 점점 더 확산되어 민족운동으로까지 발전된 것이다.
구세군에서도 금연 캠페인에 진심이었다. [구세신문] 특집호에는 술과 담배의 경제적, 건강상의 손실과 윤리적, 심령적 타락 가능성을 일깨웠다. 1929년 9월 조선예수교 장로회 총회 등에서는 '미성년자 음주 흡연 금지법'을 입법시키기 위한 촉구운동을 시작하기도 했다.
일본에서는 이미 미성년자 흡연이 1900년에 법으로 금지되었다. 그러나 조선에 이 법을 적용시키는데는 미온적이었다. 왜냐하면 일제의 통치는 우민화 정책이었고, 일본 정부는 한국 청소년들의 육체와 정신 함양에 소극적이었기 때문이다. 왜냐하면 그들의 정부를 유지하는데에는 담배를 피우는 것이 유익했기 때문이다. 조선의 경우와는 정반대인 셈이다.
하지만 교회는 여전히 조선 땅의 백성들을 사랑했다. 한국교회의 지도자들은 입법을 위해 끈질기게 노력했고, 결국 입법을 요구한지 9년만인 1938년 4월, 미성년자 금주 및 금연법이 제정되었다.
결론
성경에는 그 어디에도 '담배'를 금지하는 구절은 없다. 하지만 선교사들은 담배를 끊기를 권면한다. 왜냐하면 하나님은 조선사람들을 사랑하였기 때문이다. 선교사들도 그들을 사랑했다. 그래서 그들의 건강을 걱정했다. 그들의 정신적, 영적, 육체적 건강을 걱정했다. 따라서 그들은 담배를 피우지 말라고 말한다. 조선 정부도 담배를 금지하려 했다. 하지만 그들은 백성들이 벼농사보다 담배농사를 더 많이 지었기에 담배를 금지하려했다. 일본 정부는 담배를 굳이 금지하려 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그들은 우민화 정책을 펼쳤기 때문이다.
현재 한국교회의 금연 캠페인에는 신자들을 향한 하나님의 사랑이 들어있다. 여기에는 그 어떠한 다른 이유가 없다. 그저 우리를 사랑하시는 하나님의 사랑만이 있을 뿐이다. 교리적으로 담배를 피워야한다, 말아야한다, 따지고 들어가다보면 한도 끝도 없다.
하지만, 단순하게 생각한다면 여기엔 '사랑'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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